
국회는 옵트아웃·증거개시제도 포함한 진짜 집단소송법 제정하라!
9월 정기국회 중 집단소송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
여야·정부·시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집단소송법, 정기국회 내 처리해야
소비자단체소송·분쟁조정은 한계 존재, 집단소송제 없어 시민피해 지속
국내에선 옵트인 단체소송 문제 명백, 옵트아웃·집단소송으로 제정해야
디스커버리제도로 피해자에 입증책임 묻는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필요
일시 장소 : 9. 1.(화) 11:00, 국회 정문 앞
- 19개 소비자·시민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이하 ‘제정연대’)는 오늘(9/1) 9월 정기국회 개원일을 맞아 옵트아웃·증거개시제도 포함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여야와 정부는 물론 시민 대다수가 집단소송법 제정에 찬성하는만큼 9월 정기국회 내에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처리되어야 하며, 특히 옵트아웃과 증거개시제도 등의 장치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백소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은 “국회가 흘려보낸 지난 몇 달은 집단소송법을 더 검토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집단소송법이 없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권리구제에서 배제된 시간이었다”며,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한 사람의 피해액이 수만 원, 수십만 원이라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몇 년씩 소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소비자단체소송은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금지하거나 중지시키는 것을 청구하는 제도이지, 손해배상을 받아주는 제도가 아니라 해결하는 데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분쟁조정 역시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는 다시 개별적인 소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백 팀장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기업의 책임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적용 분야를 제한하지 않고, 옵트아웃을 원칙으로 하는 제대로 된 집단소송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자문위원)는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 제도는 우리가 따를 만한 모범이 아니고, 우리의 현실과도 동떨어진다”며 “일본의 경우,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은 도입 10년간 대부분 영세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 11건만 제기되는 실패한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가해 기업은 시간을 끌수록 원고들의 소송과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고, 피해자의 관심이 사라진 몇 년 후에 판결이 내려지게 할 수 있”고, “단체소송제도는 강력한 소비자 단체를 전제로 하는데, 일본에는 단체소송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강력한 소비자 단체가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을 도입한다면 일본과 똑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옵트인 방식과 단체소송제도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증권집단소송법에 이미 옵트아웃 제도가 도입되어 2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만큼 독일, 프랑스와 달리 옵트아웃 도입에 위헌적 문제가 없다”며, “한국에 옵트인 2단계 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소비자 단체에게 그 막중한 책임을 독점적으로 떠넘기려고 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은 “국회가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있는 민생법안 1호는 바로 집단소송법”이라며 “기업의 불법행위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국민들을 지키는 법”, “기업들의 밀가루, 설탕, 기름값 담합, 은행들의 금리 담합을 차단하는 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집단소송법이 적용되면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들도 대기업의 불법행위나 담합행위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경쟁업체의 부당한 소제기는 소송허가 절차를 통해 걸러낼 수 있고, 배상비용도 기업의 형편에 맞게 법원이 알아서 정해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팀장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1년에 10번 넘게 유출당해도 책임조차 묻기 어려운 나라에서 무슨 주권이 있고 민생이 있나”며, “국회가 민생을 말하려거든 우선 집단소송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팀장은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면서 정작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가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라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울어진 소송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바로 디스커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무제한적인 자료 요구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며 “과도하거나 중복된 요구는 법원이 제한할 수 있고, 영업비밀이나 기밀정보에 대해서는 보호명령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오 팀장은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해 “시장에서 발생한 위험과 손실의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디스커버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올바르게 분배하기 위해서도 디스커버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소비자·소상공인·시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 집단소송법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법안의 실효성을 위한 보완장치들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증권집단소송법처럼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자세한 설계를 논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며, 원활한 법안 논의를 위해 입법의견서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끝.
▣ 붙임1 : 기자회견 개요
▣ 붙임2 : 발언문
▣ 붙임1
- 제목 : “국회는 옵트아웃·증거개시제도 포함한 진짜 집단소송법 제정하라!” 9월 정기국회 중 집단소송법 처리 촉구 소비자·시민단체 기자회견
- 일시장소 : 2026년 9월 1일(화)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
- 주최 :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YMCA전국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부인회총본부, 대한어머니회중앙회, 미래소비자행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생경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
- 진행순서
- 사회: 김윤진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간사
- 발언1: 백소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 (소비자피해 사례)
- 발언2: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자문위원 (옵트아웃의 필요성)
- 발언3: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전분야 도입의 필요성)
- 발언4: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장 (증거개시 제도의 필요성)
-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지도부 면담요청서 전달
▣ 붙임2
- 백소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팀장 발언문
안녕하십니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백소현입니다.
집단소송법 제정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라돈 침대,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 티메프, 쿠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집단적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지난해 말 쿠팡에서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우리는 국회에 집단소송법을 더이상 미루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국회가 논의를 거듭하는 동안 소비자 피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올해 4월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약 43만명의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몸무게, 혼인경력, 학력과 직장 등 한 사람의 삶을 들여 다 볼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미 계약이 종료되어 파기됐어야 할 정보가 상당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5월에는 또다시 티빙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확인된 피해 규모는 1,953만 명에 달했습니다. 네이버·카카오 간편로그인과 통신사 등 제휴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까지 피해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도 소비자는 스스로 피해자를 모아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했습니다. 2천만 명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입어도 소송에 참여한 사람만 자신의 권리를 다투어야 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우리은행 고객정보, 정부의 ‘모두의 창업’ 참가자 개인정보, 최근 삼프로TV와 대학의 개인정보 유출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쿠팡 사태 이후 국회가 집단소송법을 논의하는 바로 그 몇 달 동안 새로운 피해자는 계속 생겨났습니다.
국회가 흘려보낸 지난 몇 달은 집단소송법을 더 검토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집단소송법이 없어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권리구제에서 배제된 시간이었습니다.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한 사람의 피해액이 수만 원, 수십만 원이라면 변호사를 선임하고 몇 년씩 소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피해자가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어도 각자 소송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위법행위로 수많은 소비자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피해구제만큼은 각자의 책임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단체가 대신 해결하는 데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현행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단체소송은 사업자의 위법행위를 금지하거나 중지시키는 것을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피해를 입은 수많은 소비자를 대신하여 손해배상을 받아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분쟁조정 역시 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는 다시 개별적인 소송을 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소비자피해구제제도에는 ‘다수의 피해자를 한꺼번에, 실질적으로 배상받게 하는 수단’이라는 결정적인 한 조각이 빠져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기업의 책임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수백만 명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극히 일부라면 기업이 부담하는 배상책임 역시 전체 피해 규모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소비자는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고도 시간과 비용 때문에 권리행사를 포기합니다. 피해자가 많을수록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역설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국회는 더이상 “조금만 더 논의하자”며 집단소송법 제정을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적용 분야를 제한하지 않고, 옵트아웃을 원칙으로 하는 제대로 된 집단소송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합니다. 이름만 집단소송법인 제도가 아니라 실제로 소비자를 구제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입법이 늦어지는 동안 피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제도가 없는 대가는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치러 왔습니다.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합니다.
-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자문위원 발언문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 제도는 우리가 따를 만한 모범이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의 현실과도 동떨어집니다.
일본의 경우,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은 실패한 제도입니다. 도입 10년간, 대부분 영세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 11건만 제기되는 초라한 상태입니다.
그 중 확정되어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것은 3건, 나머지 8건은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일본 사회에는 대규모 소액 다수 피해 사건이 빈발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정작 단체소송을 제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단체소송으로 제기된 사건은 소규모 영세 업자들에 대한 사건 뿐입니다. 예를 들어, 가상통화 교재 판매 사기 사건(주식회사 One Message 사건), 합창 페스티벌 취소 대금 미반환 사건(일반사단법인 JAEXA 사건), 스카이 랜턴 축제 취소 후 미환불 사건(주식회사 트털리 나이트 컴퍼니 사건), 탈모 에스테틱 중도 해지 거부 사건(주식회사 라돌체 사건)과 같이 영세한 기업과의 다툼이 대부분입니다.
실패의 이유로 일본의 전문가들은 (i) ‘옵트인’의 한계, (ii) 소비자 단체의 취약성, (iii) 소송 비용 등의 부담, (iv) 법률의 여러 제한사항 등을 꼽습니다.
옵트인 제도는 큰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옵트인 소송제도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효력이 생기는데, 소액 다수 피해 사건에서 수 년 후 판결이 내려져도 소액 다수 피해자는 무관심으로 참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핀란드에서 이 제도는 단 한 건의 소송도 제기되지 않았고, 프랑스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영국에서도 소송 참여율은 JJB sports 사건에서 불과 0.01%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피해자의 ‘(합리적) 무관심’으로 인해 옵트인 제도는 소액 다수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권리구제 제도가 되지 못합니다. 즉, 옵트인 제도 하에서 가해 기업은 구조적인 편재로 인해 불법행위를 하면 할수록 이득을 남기게 됩니다.
반면, 옵트아웃 제도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서 피해자들의 모든 피해를 가해 기업으로부터 환원하여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가해 기업은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에 참여하는 극히 일부 피해자가 아닌, 전체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불법으로 얻어낸 이익을 전부 회수당하기 때문에, 불법을 할 동기가 줄어듭니다.
옵트인 제도에서는 가해 기업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옵트인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들의 소송과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고, 피해자의 관심이 사라진 몇 년 후에 판결이 내려지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옵트아웃에서는 시간을 끌어도 모든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가해 기업은 소송을 지연해서 얻을 이익이 없습니다. 그래서 옵트아웃 제도에서는 신속한 소송이 가능하고, 전체 손해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하여 재판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종결(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함)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사건이 합의로 종결됩니다. 옵트아웃 제도에서는 불법행위 기업에게서 회수한 배상액으로 피해 회복 신청을 하는 소비자에게 배상하고, 남는 배상액은 소비자를 위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점점 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나 대기업에 의한 동종 소액 다수 피해가 일상화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실효성 있는 옵트아웃 제도가 필수불가결한 집단구제 제도로 각광받고 있으며, 채택하는 국가들이 늘어 나고 있습니다.
북미의 미국, 캐나다, 오세아니아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아시아에서도 한국의 증권집단소송법, 이스라엘,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특별대표소송) 등, 유럽에서도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경쟁법 분야), 덴마크(혼합), 노르웨이(혼합), 룩셈부르크(혼합),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 남미의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파나마 등,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오늘날 수 많은 국가들이 옵트 아웃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둘째, 단체소송제도는 강력한 소비자 단체를 전제로 하는데, 일본에는 단체소송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강력한 소비자 단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연합 국가들과 대비되는 점입니다. 이들 국가들이나, 노르딕 국가은 100여년의 소비자 단체의 역사가 있고, 국가의 강력한 지원이 있습니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유럽 전역에서 대표소송을 제기할 적격 단체만도 85개이며, 여기에 각국 소비자 단체까지 합하면, 독일의 경우는 150여개 단체가 소송제기 자격이 있습니다. 1909년부터 시작된 금지청구소송제도는 1998년 유럽연합의 금지청구소송 도입의 모델이 되었고, 이들은 그 동안 연간 수백건의 금지청구소송 제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피해 회복(공통의무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적격 소비자 단체가 단 4개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만성적인 재정난(단체 소송을 승소하더라도 단체는 비영리 공익단체이기 때문에, 소송 활동을 열심히 할수록 재정 상황이 악화되는 구조), 전문 인력 부족, 사회적 인지도 및 신뢰 저조(소비자의 80% 이상이 ‘적격소비자단체’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변, ‘소비자단체 소송제도’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도 70%를 넘음) 등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특히 소비자 단체는 단체소송 청구시 인지대, 통지, 공고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하고, 패소시 소비자 단체가 전적으로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소송의 장기화(One Message 사건의 경우 7년째 소송 중) 등으로 인해 단체소송 활성화가 가로막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소비자 단체는 빅테크나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복잡한 소송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을 도입한다면 일본과 똑 같은 상황이 될 것입니다.
독일, 프랑스의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 제도는 독일과 프랑스의 헌법 규정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헌법(기본법) 제103조 제1항 법적 청문권((Recht auf rechtliches Gehör) 조항은 “누구나 법원에 대해 법적 청문을 구할 권리가 있다(Vor Gericht hat jedermann Anspruch auf rechtliches Gehör) “고 규정하는데, 이 조항을 ‘누구나 직접 법정에 출석하여 법관 앞에서 주장과 방어권을 펼치고,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에 ‘옵트 아웃 제도’는 위헌이라고 봅니다. 이는 프랑스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한편,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헌법 규정과 다른 표현을 쓰고 있는 일본 헌법 제32조의 재판청구권을 ‘옵트아웃 제도’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보고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는 옵트아웃 제도 도입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 도입한 증권집단소송법에 이미 옵트아웃 제도가 도입되어 20년 이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학계에서는 “옵트 아웃형 집단소송제도는 오히려 소액 다수 피해자의 재판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라고 보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독일의 2단계 옵트인 단체소송제도는 강력한 소비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의 100여년이 넘는 단체소송 경험(금지청구 소송)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단체가 취약하고,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나 일본과는 대조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옵트인 2단계 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소비자 단체에게 그 막중한 책임을 독점적으로 떠넘기려고 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팀장 발언문
민생이 풍년입니다. 새로 당대표가 된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모두 민생이 우선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각자 생각하고 있는 민생이 다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부자감세를 민생이라 하고 누군가는 기업 규제완화를 민생이라고 합니다. 전형적인 낙수효과식 민생입니다. 기업이 잘되면 노동자가 잘되고 소비가 늘어나면 자영업자가 살아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됐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집값이 오르고 명품, 외제차 소비는 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말하는 민생은 도대체 누굴 위한 민생입니까.
단언컨대, 국회가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있는 민생법안 1호는 바로 집단소송법입니다. 기업의 불법행위와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국민들을 지키는 법입니다. 기업들의 밀가루, 설탕, 기름값 담합, 은행들의 금리 담합을 차단하는 법입니다.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물가를 낮추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법입니다. 이보다 더한 민생법안이 과연 무엇입니까. 오히려 이 기본적인 민생법안조차 없어서 우리 국민들은 똑같은 피해를 당해도 해외 국민들은 당연히 받는 배상금조차 받지 못합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이 집단소송법을 적용받게 되면 기업활동이 어렵게 된다고 반대합니다. 그러나 집단소송법이 적용되면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들도 대기업의 불법행위나 담합행위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집단소송법의 목적이 누군가를 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업체의 부당한 소제기는 소송허가 절차를 통해 걸러낼 수 있고, 배상비용도 기업의 형편에 맞게 법원이 알아서 정해줍니다. 필요하다면 소송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상공인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면 됩니다. 이미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모두 집단소송법을 도입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중소상공인만 특별히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국민주권정부’, 민주당은 ‘당권주권시대’, 국민의힘은 당명 자체가 ‘국민의힘’을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 국민과 주권, 민생을 지키고자 한다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집단소송은 필수적입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1년에 10번 넘게 유출당해도 책임조차 묻기 어려운 나라에서 무슨 주권이 있고 민생이 있습니까. 국회가 민생을 말하려거든 우선 집단소송법을 제정하십시오. 신청 안 한 사람은 빼고, 중소상공인은 빼고 이런 누더기 제도말고 제대로 된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합니다.
-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팀장
기업의 불법행위로 소비자와 시민이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입니까.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것은 결국 실제 소송에서 그 피해가 왜 발생했는지, 기업이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방치했는지 등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증거는 대부분 피해자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 있습니다. 기업의 보고서, 이메일, 시험자료, 회의록, 의사결정 문서 등이 모두 기업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면서 정작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가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기울어진 소송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바로 디스커버리입니다.
특히 미국의 디스커버리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미국연방민사소송규칙은 당사자가 청구와 방어에 관련되고 사건의 필요에 비례하는 비특권 정보를 상대방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서제출뿐 아니라 질문서, 증언녹취, 사실인정 요구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됩니다. 물론 무제한적인 자료 요구를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도하거나 중복된 요구는 법원이 제한할 수 있고, 영업비밀이나 기밀정보에 대해서는 보호명령도 가능합니다.
아주 오래된 영화 영화 <시빌 액션(A Civil Action)>은 이 문제를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매사추세츠 워번 지역의 수질오염과 주민들의 백혈병 피해를 둘러싸고 기업들을 상대로 벌어진 실제 소송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기업의 오염행위와 주민들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자료와 증언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문서제출 요구, 증언녹취(deposition), 문서제출 강제신청, 공장 부지에 대한 출입·검사·측량·촬영·시험·시료채취 요구 등이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디스커버리를 통해 기업 내부와 사업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법정으로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피해를 입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디스커버리는 단순히 소비자 시민의 권리만을 강화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라고 보아야 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시장에서 어떤 행위로 비용이 발생했다면 그 비용은 그 행위를 한 주체에게 적절하게 귀속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위험한 제품을 만들거나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도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면, 그 비용은 피해자와 사회 전체에 전가됩니다. 반대로 기업이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위에 따른 비용을 제대로 부담하게 하면, 기업은 사전에 위험을 관리하고 내부통제와 품질관리를 강화할 유인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디스커버리는 기업을 괴롭히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책임질 기업은 책임지게 하고, 제대로 경영하는 기업은 오히려 보호하는 시장의 규칙입니다. 불법과 은폐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안전과 품질, 준법경영에 투자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해져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커버리는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능력을 높이고 국제적인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디스커버리의 문제는 단순한 소송절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에서 발생한 위험과 손실의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기업이 만들어 낸 위험의 비용까지 떠안게 할 것인지, 아니면 정보를 가진 기업이 필요한 자료를 공개하고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의 선택입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디스커버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기업을 보호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올바르게 분배하기 위해서도 디스커버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만연한 사법불신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집단소송법과 디스커버리 징벌배상까지 제대로 도입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